변태

  • 입력 2015.10.26 11:24
  • 기자명 박철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물이 성체와는 모양이나 기관, 생태가 전혀 다른 유생의 시기를 거치는 경우에 유생에서 성체로 변하는 것을 변태라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을 들라면 나비를 들 수 있다.
나비는 알과 유충 번데기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성충(나비)이 되는 완전 탈바꿈을 한다. 알에서 성충기까지를 1세대라고 하는데 이런 완전 탈바꿈 과정을 1년에 1번만 거치는 것이 있는가 하면 2~3번 되풀이하는 나비도 있다.

이렇듯 변태는 전혀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기 위한 하나의 과도기요, 잠복기라고도 할 수 있다.
보기흉한 유충에서 번데기를 거쳐야 비로소 화려한 날개짓을 하고 하늘로 날 수 있는 나비가 탄생하는 셈이다.

나주시가 지금 화려한 날개짓을 위한 일련의 변태과정을 앞두고 있는 것이 있다.
일명 이름도 나비센터다.
네이밍도 참 곱다 “잠사에서 꿈이 날아오르다”
내년에는 우리도 화려한 날개짓의 나비를 목도할 수 있을까?

올초 나주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수 십 년째 폐허로 방치돼 온 옛 나주잠사 건물을 시민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일명 나비센터 조성사업이 본격 추진된다고 밝혔었다.

옛 중앙교회 건물을 리모델링해 나주아트비전센터(Naju Art Vision Center) 준비관 개소식을 가졌고, 나주시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도심권 전선 지중화사업 등의 경관조성사업과 문화특화지구 조성, 문화재 역사문화환경 보전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그 거점사업으로 폐 산업시설인 잠사공장과 그 일원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나간다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잠사공장의 공간과 시설을 리모델링해 문화교육 공간, 시민커뮤니티 공간, 예술체험 및 시민문화상품 제작 공간, 시설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는 목표다.

여기에 일반 시민들이 좀처럼 알아듣기 힘든 전문가 용어들이 나열된다.
지역문화 콘텐츠 기획인력 양성사업과 연계해 지역문화자원 아카이브사업과 지역인문자원을 콘텐츠로 기획하는 휴먼브리지사업을 병행하고, 청장년층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나주문화아카데미, 60세 이상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한 시니어사랑방, 청소년 대상 골목박물관, 거리예술가, 마을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제작하는 골목영화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생소하지만 사업명칭부터 있어 보인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지금까지 사업진행 과정을 돌아보면, 지난 1년 동안 어떤 성과를 냈는지, 지역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향후 나주문화정책을 이끌어 갈 지역인력양성에 누가 참여하고 육성되고 있는지 등 중간평가 한번 접한적이 없다.

지금도 유충에 머물러있는지 번데기로 머물러있는지, 아니면 언제쯤 비상할 수 있는지 향후 비전도 접한 적이 없다.

다만, 주민들을 철저히 대상화시켜버린 각종 강좌에ㄹ 수천만원 들였다는 소식뿐이다.
당초에는 시민, 사회단체, 의회 등과의 활발한 의견을 거치겠다는 약속도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나주시는 잠사 리모델링 설계공모를 실시했다. 37억이라는 사업비가 소요되는 공사도 설계공모가 확정되면 발주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최소한 지역민들과의 원활한 소통 속에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우리는 또 전문가들의 고유의 영역이라는 미명아래 그저 멀리서 지켜만 봐야 할까? 우리들은 이를 이끌어 갈 만한 자체역량이 없다는 이유로 또 비싼 돈들인 유명인들의 강의나 받으러 다녀야 할까?

지난 1년 동안 지역과 지역민을 철저히 대상화시켜버린 나비센터가 향후 리모델링을 통해 거듭난 들 지역에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이와 관련된 몇 몇 전문가들의 밥벌이 사업으로 전락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고생들은 하시는데 진짜 제대로 된 변태가 보고싶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