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 생태계

  • 입력 2015.11.16 13:27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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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는 매년 수십억원의 용역사업을 발주한다.
용역사업은 일반 공사발주와 달리 전문성과 특수성을 요하다보니 공정경쟁입찰보다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계약자도 대학이나 연구소가 많아 뒤탈이 있는 경우도 극히 적다.

언론이나 일반 시민들도 일반 공사나 사업발주와 달리 용역분야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인정하고 관심을 그리 크게 두지 않는다.

나주시에서 수십억의 예산을 들여 어떤 용역사업을 발주했는지 용역중간보고와 최종결과보고가 언제 이뤄졌는지, 용역결과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대부분의 시민들은 관심도 없거나 알지도 못하지만 나주시에서도 별도의 보고를 하거나 홍보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용역분야는 시민들의 사각지대에서 수십년동안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조성해왔다.
시민단체나 언론들도 간혹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짜리 공사발주를 놓고 시비를 다투기는 하지만 몇억씩 소요되는 용역사업에 대해서는 좀처럼 시시비비가 가려지는 사례를 찾기가 힘들다.

나주시가 진행하고 있는 각종 용역분야만큼은 적어도 시민들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무관심속에 그 어떤 간섭도 없이 진행되어온 용역사업 분야는 말 그대로 전문가들만의 고유의 영역이라 하자가 없을까?

최근 나주시가 추진한 용역사업 몇 개만 보더라도 쉬 넘어가서는 안될 분야가 되버린 듯하다.
어떤 용역사업은 결과보고서가 담당자 캐비닛에 들어가 몇 년째 빛을 보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고, 단체장이 바뀌어서 단체장 입맛에 따라 용역사업 자체가 중단되기도 한 사례가 심심찮게 늘고 있다.

자치단체를 바라보고 각종 용역사업에 목을 멘 각 대학들은 교수라는 직업보다 ‘업자’라는 타이틀로 불리는 웃지못할 경우도 많다고 한다.

대학교 교수들은 학업에 매진해 후진을 양성하는 것보다 자치단체에서 발주하는 각종 용역사업을 얼마나 수주하느냐에 따라 교수 능력이 평가되고 그 학교에서 대접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오늘 내일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게 용역생태계는 문화, 역사, 복지, 행정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영역을 넓혀가고 있고 자치단체와 대학들은 그 생태계 속에서 공고한 커넥션을 구축하기도 한다.

최근 나주시가 발주한 용역사업 중 팔관회 사업과 수질검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팔관회 사업은 수천만원을 들여 2년 동안 진행한 사업을 슬그머니 캐비닛에 넣어버린 경우고 5천여만원을 들인 수질검사는 주민들의 먹거리에 대해 얼마나 안이하게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전문가들만 알아볼 수 있는 비소, 망간 등의 생소한 단어와 수치를 나열해 적합과 부적합을 판정하는데 전문적 지식이 없는 시민들은 그들이 제시한 수치만 보고 “아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사하는 기관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고, 음용수로서 적합과 부적합이 바뀐다면 일반 시민들은 누구를 믿어야하는지 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정작 예산을 들여 사업을 발주하고 관리감독 해야할 나주시가 그래서 책임이 크다. 전문분야라는 미명아래 수십억의 혈세가 들어가는 용역사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또 다른 특혜의 주범은 아닌지, 용역결과가 나주시와 시민들의 공익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그 모든 것을 꼼꼼하게 따지고 물어야 할 책임이 나주시에 있기 때문이다.

용역 생태계.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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