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 입력 2016.04.11 10:15
  • 기자명 박철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이 지난 대선후보 시절에 쓴 자서전의 제목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만남부터 정치에 입문하기까지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내용을 압축해 책 타이틀로 붙인 격이다.

그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호남을 전격 방문해 정계은퇴와 대선불출마를 거론했다.
호남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한 자신의 정치적 미래는 없다고 선언하고 이 또한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다.

그리고 호남인들에게 머리숙여 사과했다.
정치권에서 만들어진 ‘호남홀대’라는 원죄를 어쨌든 본인이 뒤집어쓴 셈이다.
그런데 문재인이 호남에 무엇을 잘못했는지 딱히 잡히지 않는다.

대체 호남에 무슨 잘못을 했길래 ‘호남홀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이제 머리숙여 사과까지 하고 있는 것일까?

노무현 정부시절,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고 있을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은 광주시민운동의 대부 정찬용씨가 맡고 있었다.

일명 참여정부라고 불리우던 시절에는 장차관자리까지 지역별 안배가 공식화되어 있었다.
김영삼 정부시절부터 김대중 정부시절, 그리고 노무현 정부시절에도 장관이나 차관급을 발령할 때 지역안배가 그나마 조금씩 고려됐던 시절이다.

이러한 지역별 안배마저 없어진 것은 사실 이명박 정부와 현 박근혜 정부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호남홀대’라는 정치적 용어가 여당도 아닌 야당 내부에서 만들어지더니 어느 순간 문재인 전 대표의 업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이 또한 문재인의 운명인지 모르겠으나 분명히 되집어 볼 일이다.
이 글을 쓰는 필자 또한 문재인이라는 사람을 단 한번도 접해 본 일이 없다.
그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서 또는 그가 쓴 책을 통해서 그를 짐작할 수 밖에 없다.

인권변호사를 거쳐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친구로 둔 죄로 대통령 비서실장을 거쳐 정치에 입문 야당의 대통령후보까지 지냈다는 것이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다.

독재권력에 부역한 적도 없고, 부산지역에서 인권변호사로 지냈다고 하니 딱히 과오도 잡히지 않는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그의 죄라면,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진 죄와, 야당대표로써 야당답지 못했다는 지극히 주관적 판단을 근거로 이 두가지다.

그런데 그가 호남에 와서 머리숙여 사과를 했다.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 지점에서 호남인들이 분명 되집어 볼 대목이 있다.
문재인이 과연 호남인들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호남홀대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친노패권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이고, 호남인들에게 어떤 피해를 입혔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보자는 것이다.

문재인은 광주에 와서 머리를 숙였다.
호남이 자신을 받아주지 않으면 정계은퇴는 물론이요, 대선 불출마까지 선언했다.
이제 이에 대해 호남이 답해야한다.

당신은 무슨 무슨 잘못을 했으며, 무슨무슨 정책이나 정치로 인해 호남이 홀대를 받았으며, 그래서 우리 호남이 큰 피해를 입었노라고 우리들이 답해야 한다.

혹시 그것이 없다면 우리가 그에게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만에 하나 정치권이 만들어 놓은 ‘호남홀대’라는 프레임에 문재인이라는 사람이 운명처럼 원죄를 뒤집어썼다면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대한민국 민주화의 성지라는 광주가 정치권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갇혀 ‘마녀사냥’의 고장이 될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 또한 그의 운명이라면 할 말이 없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