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면제가 다는 아니다

  • 입력 2016.07.25 14:20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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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는 마치 두 개의 세계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이전부터 돌아가고 있는 지방의 조그마한 소도시 나주라는 세계이고, 또 하나의 세계는 빛가람 혁신도시다.

어느 방면에서건 차를 타고 지나가다보면 빛가람 혁신도시의 스카이라인은 보는 이들을 황홀케한다. 불과 5년전만해도 허허벌판이었던 이곳에 고층아파트들이 나란히 세워져 수직형의 스카이라인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나주 원도심에서조차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던 젊은층들이 혁신도시에 가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점심시간이면 손님들이 줄지어서 차례를 기다리는 식당도 한둘이 아닐 정도로 새로운 세상이 나주에 열리고 있는 셈이다.

넥타이 부대라고는 시청 공무원들밖에 없는 줄 알았던 나주가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들로 인해 발에 채이는게 넥타이 부대가 되버렸다.

그에 따라 시민들의 인식과 눈높이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마땅한 비교대상이 없었을때는 나주시청 공무원들의 행태에 대해 별다른 말이 없었지만 지금은 시쳇말로 나주시청 공무원은 시민들 입맛에 따라 동네북이 되기 일쑤다.

공공기관 직원들의 칼같은 친절함이나 깍듯한 메너는 시민들로하여금 나주시청 공무원들을 달리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공기업의 철저한 상명하복 문화는 그 자체가 충격이었고, 민선시대에 접어들면서 훨씬 자유스러워진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문화시설 역시 혁신도시는 우리들에게 자연스럽게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효과를 주고 있다.
혁신도시 내에 자리잡은 아파트는 가격을 떠나 조경시설이 얼마나 우리삶에 중요한 요소인지 인식하게 했다. 도시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자연의 일부인 물과 나무, 그리고 햇쌀이 얼마나 삶을 풍족하게 해주는 요소였는지 우리는 혁신도시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배워가고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의식주를 제외하고 교육, 문화, 레저 등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기준들의 중요성을 나주시민들은 지금 목도하고 있다.

원도심에서 장사하고 있는 분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인테리어부터 주변환경, 손님을 맞이하는 태도까지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해나갈지 새로운 고민거리로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전에 한번도 고민하지 않았던, 원도심만의 고유한 경쟁력이 무엇일까하는 사고도 자연스럽게 시민사회에 녹아들만큼 나주는 위기이자 기회의 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렇듯 원주민들에게 새로운 사고를 제공한 혁신도시가 색다른 용역결과를 내놨다. 비록 3개월 가량 지난 데이터이지만 현재 진행형이라 눈에 띈다.

바로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혁신도시 만족도 조사다.
같은 지역에 살지만 우리들과 또 다른 세상 이야기다.

한 연구소에서 맡은 설문조사 결과는 해당 자치단체에게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아 주목된다. 바로 정주여건이다.

빛가람 혁신도시의 경우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정주여건에 대해 대단히 낮은 점수를 줬다.
지방이다보니 교육문제는 두말하면 잔소리가 될 것이고, 생활편의시설 불편과 가족들과의 별거생활, 가족상봉을 위한 머나먼 길 왕복 등이 주 이유다.

그들이 지은 죄라고는 공기업에 입사한 것이고, 하필이면 입사한 공기업이 머나먼 이곳 나주로 본사가 이전한 것이 전부다.

허허벌판을 시쳇말로 표현할 때 시베리아라고 우리는 부른다. 그들이 신종 합성어를 만들어냈는데 나주와 시베리아를 합쳐 이곳 혁신도시를 나베리아라고 부른다고 하니 글 서문에 언급했던 혁신도시를 보고 새로운 시각차를 느낀 원주민들과는 확연한 관점의 차이를 또 느낄 수 있다.

어쨌든 용역보고서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설문조사 용역을 맡았던 연구소는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정주여건 불만족을 해소키위해 혁신도시 특별법에서 보장하는 각종 면세조항을 삭제해 그 비용으로 정주여건 개선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전문가인 필자가 봐도 그보다 더 좋은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정부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공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로 법인세나 지방세 등 각종 면세특혜를 제공했는데, 이것을 바로잡자는 이야기다.

공공기관 임직원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는 것 같다.
이제라도 혁신도시 특별법을 개정해 각종 면세관련 혜택을 줄이고 정당하게 징수된 세금으로 그들의 장주여건 개선에 투자해야 한다.

그것이 형평성 있는 조세민주화에도 맞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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