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말고 뭣이 중헌디!

  • 입력 2016.08.01 10:38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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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듯한 무더위가 복날이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때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무더위는 사람부터 가축까지, 심지어 작물들까지 허덕이게 만든다.

그렇게 주변을 뜨겁게 달군 지난달 27일, 일명 중복날 나주신문사는 조그마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운영위원들과 시민기자단 등 시간이 허락한 분들을 중심으로 산포면 화지리 홍련마을 게스트하우스에서 중복 복달임 행사를 치룬 것이다.

단순히 신문사 가족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기관 관계자들을 초청해 조그마한 만찬 자리를 만든 것이다.

한국전력부터 한전kps, 한국전파통신진흥원, 한전kdn, 문화예술위원회 등 평소 나주신문사와 네트워크가 형성된 분들이 초청됐다.

차려진 먹거리도 특정인이 부담한 것이 아니라 기관은 기관대로 신문사는 신문사대로 십시일반 조촐하게 준비했다.

60평에 이르는 홍련마을 게스트하우스는 40여명의 방문객으로 인해 때아닌 번잡스러움을 감당해야 했다. 마을 사무장님은 방문객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에어콘부터 상차림까지 온갖 신경을 써주어 되려 미안함을 가질 정도였다.

이렇게 시작된 나주신문사의 번개 이벤트 중복 복달음 행사는 생각지 못한 불청객으로 인해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돼버렸다.

당초 가깝게 지낸 분들이 편하게 복달음이나 하자고 마련된 자리가 불청객으로 인해 때아닌 콘서트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불청객은 다름 아닌 나주시 합창단과 국악단 그리고 나주시 관계자다.
머나먼 나주까지 이전해 온 공공기관 관계자들을 위로하고 상호 우호관계를 돈돈하게 유지해가자는 취지로 마련된 중복 복달음 행사에 나주시 문화관광과 윤지향 팀장이 직접 합창단 감독님과 국악단 감독, 그리고 나주시 총예술감독을 모시고 행사장을 찾은 것이다.

윤 팀장은 “나주가 자기고 있는 문화적 자부심, 나주만의 문화적 재능, 그리고 나주시의 문화정책에 대해 공공기관 분들과 직접 현장에서 부딪히며 소통하는 자리라면 어디든지 마다치 않겠다”며 행사장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사고를 쳤다.
서로 편하게 복달음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게스트하우스는 성악과 국악이 펼쳐지는 콘서트장이 됐고, 한여름밤 무더위를 물어뜯는 거문고 소리는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을 매료시켰다.

사전에 각본에 없었던 시쳇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가 주는 감동이 당일 현장에서 울려퍼졌다.
공공기관 관계자들도 나주문화에 대해 흠뻑 매료되는 시간이 됐다며, 이러한 문화행사라면 다음에도 꼭 다시한번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탄사를 연발했다.

문화가 가진 힘은 그렇게 현장에서 막강한 위력을 보여줬다.
사전에 각본이 없었던 만큼 현장에 음향시설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지만 나주시 합창단 관계자와 국악단 관계자는 불평하나 없이 공공기관 관계자들에게 재능을 선보였다.

비록 음향시설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나주문화에 대한 열정은 현장에 있는 모든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문화가 가지고 있는 진정성이 온몸으로 전달된 현장이었다.
행사를 준비했던 필자로서는 “만에 하나 이들이 오늘 없었다면 얼마나 삭막했을까”하는 안도감마저 들었던 하루였다.

영화 ‘곡성’에서 어린 꼬마가 되내였던 대사가 오버랩된다.
문화 말고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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