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도시의 미래 13

  • 입력 2016.10.24 10:36
  • 수정 2016.10.24 10:37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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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향 학예연구사
▲ 윤지향 학예연구사
천년 역사의 의미

최근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전라도’ 이름이 정해진지 천년이 되는 2018년을 맞이하여 다양한 사업과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다.

물론 역사 속 전라도의 핵심지역은 전주와 나주이고 나주시민들이 나주의 위상을 자랑할 때 주로 사용하는 내용이기도 하며, 나주의 정체성과도 맥을 같이 한다. 원도심인 나주읍성권은 이러한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도시유산으로 이를 상징하고 있는 관아문화유산이 남아 있어 천년 나주목의 역사를 이해하고 널리 알리는데 주요한 문화관광자산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나주시가 원도심 재생의 핵심주제를 ‘지붕 없는 현장 박물관, 살아 숨쉬는 박물관’으로 정하고 있는 것도 나주만의 자산을 활용한 함께 살기, 길게 살기, 잘 살기를 위한 것이다. 전라남도가 올해 ‘남도문예르네상스 프로젝트’라는 간판을 걸고 남도만이 지니고 있는 역사문화자산을 찾아내고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것도 지역의 정체성 속에서 미래살기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그 지역만의 자산을 활용한 준비와 활동이 활발하다.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나주만이 지닌 역사 속 자산을 점검하여 이를 통한 미래살기 준비를 ‘잘’ 하고, ‘여럿이 모여’ 하고, ‘적시’에 하는 것이다.

나주만의 문화자산

1980년에 발간된 나주군지를 보면 조선시대 관아에 속한 많은 시설 중에 ‘新廳’이 있다. 악공소로 쉽게 말하면 요즘의 시립예술단이다.
 
신청에는 조선말 판소리 명창으로 고종 앞에서 공연을 하는 어전명창으로 벼슬을 하고 한국 최초의 국립극장인 원각사 주석으로 당시 조선예술의 총감독으로 명성을 떨치던 예인 김창환이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었다. 김창환은 나주읍 태생으로 고종의 총애를 받았다는 표식으로 평소에 금팔찌고 하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군지에 기록되어 있다.
 
물론 이밖에도 많은 예술단원이 있었고 그중에는 한국의 예인으로 평가받는 이들도 많다. 또한 이들이 나주삼현육각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신청은 일제강점기 이후 사라지고 예인들도 전국으로 흩어졌으며 해방 후에는 읍성 안에 살던 몇몇 애호가들에 의해 현재 용나무로 유명한 해송이 서 있는 이로당에서 나주국악원 활동이 시작되었는데, 그때 사용하던 악기들이 군지가 발간되던 당시만 해도 보관되어 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1980년대 필자는 진주시에서 주최하는 임진왜란 때 진주성을 지키다가 순절한 분들을 위한 제향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진주검무’를 처음 보았다. 그후 검무에 대해 조사해보니 평양검무와 진주검무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 보존되고 있었는데 원래 궁궐에서 행해지던 격조 높은 춤이다.
 
분명 나주에서도 추었을 것인데 ‘나주검무’는 온데간데 없고 호남검무라는 두루뭉실한 이름으로 광주에서 전승되고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와 조선시대 신청을 해산하고 광주에 권번이 생기면서 전승자들이 광주에 거주하다보니 자연스레 그리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1970년대에 나주에 호남검무를 전승한 분이 계셨고 당시 나주중앙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전승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안타깝게도 1980년대에 폭우로 남산기슭에 산사태가 나면서 그분이 돌아가셨지만, 2000년대 초반에 호남검무의 전승자인 김자연 선생을 초빙해 나주여성단체협의회원들에게 전승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천년 나주목의 나주검무로 계보를 찾고 활발히 전승해야 할 자산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나주시에서 나주만의 전통예술에 어떤 것이 있으며 예인들은 누구인지에 대해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연구를 진행중인데, 나주가 판소리 서편제, 호남검무, 가야금산조의 뿌리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2015년에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읍성권에서 ‘인문학 콘서트’라는 제목으로 여러 차례 여러 곳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그중 나주의 문화위상을 바로살리는 차원에서 이를 상징하는 문화유산인금성관에서 나주에 뿌리를 둔 예인들을 초청하여 판소리와 가야금산조, 호남검무, 나주들노래를 공연했는데, 그때 방문한 예인들이 한목소리로 나주전통문화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풍성한지를 이야기했고 하루빨리 제대로 된 전승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주가 길게 사는 방법

2018년이 과거 천년을 통해 미래 천년을 살아가는 중요한 시점이라면 2017년은 이를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다방면에서 준비가 필요하지만 문화분야에서는 나주만의 문화콘텐츠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주시는 2017년 역점시책으로 나주만의 핵심 전통문화콘텐츠 구축사업을 진행한다. 나주삼현육각, 서편제 판소리, 호남검무, 가야금산조, 나주들노래, 구비설화가 핵심내용이다. 그동안 밝혀내지 못했던 것, 잘못되었던 것, 우리 것으로 찾지 못했던 것,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을 찾아내어 바로잡고 21세기형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다.

불과 100년 만에 틀어졌던 것들을 바로세우고 되찾고 다시 미래로 전승하는 것은 시간을 늦출 수 없는 일이다. 나주가 길게 사는 방법을 우리 모두가 모든 분야에서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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