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팔이 끝판왕 슬램덩크를 보다

무음이라는 음향이 주는 전율을 직접 체험해보라

  • 입력 2023.02.08 11:20
  • 기자명 박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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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일본만화가 정점을 찍던 시기에 대한민국 청소년들을 홀릭했던 만화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것을 뽑으라면 망설임 없이 슬램덩크를 꼽을 수 있다. 농구라는 스포츠가 그렇게까지 우리나라에 인기 있는 종목이었는지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으나 슬램덩크가 끼친 영향은 분명 컸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농구라는 스포츠가 다루어지기도 했고, 허재, 문경은, 우지원, 서장훈, 현주엽 등의 프로농구 스포츠 스타가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러한 시대에 타케이코 이노우에라는 일본만화 작가가 내놓은 만화 슬램덩크는 대한민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일본의 한 고등학교 농구선수들의 성장통을 다루는 슬램덩크는 한국어로 변역되면서 강백호, 서태웅, 윤대협, 송태섭, 정대만, 정우성 등 만화 속 주인공들이 대거 탄생했다. 게다가 작가는 주인공뿐 아니라 주변 인물에게도 개인적 사연과 스토리를 골고루 배정하면서 전체적인 완성도까지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기억된 슬램덩크가 최근 극장판 만화영화로 돌아왔고, 90년대 추억팔이가 먹혔는지 일본만화로는 드물게 200만 관객을 훌쩍 뛰어넘었다. 필자 역시 막판에 옛 감성을 떠올리고 싶어 7일 나주 CGV를 찾았다.

그래도 만화영화라 젊은 층이 많았다. 개봉한 지 한 달이 넘어서인지 객석도 여유로웠다. 영화는 강백호라는 풋내기 캐릭터가 주인공이었던 원작과 달리 송태섭을 화자로 고등하교 농구부 최강인 산왕공고와의 대전에 집중했다. 주인공들이 속해있는 북산고의 전국체전 분투기 중 산왕전이 영화의 무대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산왕공고와의 시합을 다루지만, 플래시백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사연을 곳곳에 배치한다. 그래도 가장 많은 사연은 이 영화의 화자인 북산고의 포인트가드 송태섭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경기에 선수들의 스토리를 적절히 녹여내 몰입감을 최대로 높인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음향이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이 영화의 최대매력은 음향인 것 같다. 그것도 아무 소리도 없는 무음. 이 영화는 가장 격정적인 스포츠 경기를 소리에서만큼은 역으로 해석한 느낌이다. 관중들의 함성, 선수들끼리 부딪히는 육중함, 농구공의 드리블소리, 선수들의 거친 기합과 숨소리 등 가장 격정적이어야 할 순간에 이 영화는 역으로 무음을 택한다.

가장 큰 함성소리를 포기하고 완벽한 무음을 선택했을 때 되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무음이라는 음향이 주는 전율이다. 아직 극장판이 걸려있다. 추억팔이 끝판왕이든 아니든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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