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말라”

  • 입력 2023.04.19 10:18
  • 기자명 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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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쟁이 할머니를 검색하면 수십군데 식당이 검색된다. 포천 욕쟁이 할머니 식당, 울산 욕쟁이할머니집, 진천 욕쟁이할머니집, 강화 욕쟁이할머니보리밥 등 수두룩하다.

욕쟁이 할머니 식당이 전국적으로 명소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맛도 맛이지만 그 식당만이 간직하고 있는 개성과 스토리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식당 주인 할머니의 불친절하지만 되려 친근하게 느껴지는 까칠함, 깨끗하고 정갈함보다는 오히려 약간 허름한 것 같지만 되려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는 동질감, 겉은 까칠한 욕쟁이 할머니이지만 속은 되려 정 많은 친할머니 같다는 사연이 어우러진 그 집만의 개성이 식당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손님이 주인한테 막말 소리 들으며 쭈뼛쭈뼛 반찬을 손수 담아가고, 맛있었다는 소리를 까먹고 가다가는 뒤통수에 너는 맛있다는 소리도 안 하고 그냥 가냐며 욕먹고 나가는 식당이 그 집만의 또 다른 매력이 된 것이다.

이런 식당을 나주시는 맛집으로 지정할 수 있을까? 아마 절대 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행정이니까 그렇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행정적인 관점은 맛을 기본으로 하고 친절, 위생, 서비스 등 모든 것을 평가하여 지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마 욕쟁이 할머니 집은 친절 점수에서 낙제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있다. 매일 손님들이 번호표를 받고 대기 번호에 따라 점심을 먹는 식당이 있다. 큰 대접에 나오는 국밥인데 대부분 주인아주머니의 엄지손가락이 국물에 약간 잠길 정도로 푸짐하게 나온다. 한 손으로 그릇을 식탁에 놓을 때 주인아주머니의 엄지손가락이 국물에 닿는다는 말이다. 손님들도 이것을 알지만, 대수로이 여기지 않는 눈치다. 비위생적으로 느끼기보다는 넉넉한 인심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흥미롭다. 행정적인 관점에서 이런 집을 용납할 수 있을까?. 위생점수에서 마이너스다. 그래서 맛집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결론이다. 행정이 잘못한 것은 절대 아니다. 행정과 민간의 눈높이가 다른 것이지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음식점을 찾는 손님들의 눈높이를 외면하고 행정적인 기준으로 재단하려 들면 복잡해진다. 맛에 대한 취향과 선호도, 맛 외적인 주변 환경 등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호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는 여성들의 심리를 우리는 흔하게 들어왔다. 여기서 나쁜 남자란 범죄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 이기적이면서 자기만의 주장이 강하고 까칠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개성 등을 의미하는 남성일 것이다. 이런 남성한테 끌리는 여성들의 심리를 행정적 관점에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행정에서 권하는 아니 권할 수밖에 없는 남성성은 모범적이고 친절하고 상냥한 매너남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음식에 대한 다양한 취향을 고려하면 나주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나주밥상 브랜드 선정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K 문화를 있게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하셨던 말을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한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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