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는 영산강 river-walk !

  • 입력 2023.06.20 11:04
  • 수정 2023.06.20 18:15
  • 기자명 정순남 동신대 석좌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갑자기 현타(요즘 신조어로 ‘ 타임’이라고 한다.)가 왔다. 최근 페북(fb)은 내가 2018년 미국 텍사스주 샌 안토니오(San Antonio)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알려 왔다. 페북보다 영특하다는 구글은 201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굿이너프 교수와 찍은 사진까지 저장하고 있었다.

샌 안토니오는 우리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구 140만 명 규모의 텍사스 중심 도시이자 매년 천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미국 7대 도시이기도 하다. 강폭 10m, 수심 1.5m 남짓한 강이 구불구불 도심의 이곳저곳을 돌고 돌아 20여km 정도를 잇는다. 어느 건축가가 낸 아이디어와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샌 안토니오 강길(river walk)이 매년 관광객 천만 명을 끌어들이는 관광명소라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관광산업이나 물류를 야기하면 으레 유럽의 강을 말하지만, 영산포, 빛가람 혁신도시, 나주 원도심, 광주까지도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 수 있다는 사례를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강은 미국의 샌 안토니오 강이 아닐까 한다.

길이 380여km의 샌 안토니오 강은 메마른 텍사스주의 젖줄이지만 툭하면 우리의 영산강처럼 범람했고 때로는 사람들의 목숨마저 앗아갔다. 도시의 골칫거리였던 이 강은 건축가 로버트 허그만(Robert H. Hugman)이 노후화된 도심을 살리는 자산으로 활용하자는 상상력을 구체화하여, 1940대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었다. 60년대에 들어서는 10년 단위 개발계획이 진행되어 오늘날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모하였다.

2018년 3월 군사도시 댈러스 인근에서 열린 북미 배터리 산업협회(NAATBatt) 콘퍼런스에 참가하여 한국의 배터리 산업에 대하여 발표를 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댈러스 공항 근처에 있는 중무장한 전투기와 아름다운 샌 안토니오 강길이다. 배터리와 전기차에 관한 것은 BYD 미국인 마케팅 부사장이 발표한 배터리 산업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정도이다. 2018년은 일론 머스크의 TESLA가 초기 보급형 정도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한 시점이다. 그 후 중국 정부는 내수기반 전기차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오늘날 BYD는 TESLA보다 경쟁력이 높은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그야말로 Build Your Dream (BYD)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상당 기간 에너지 문제와 배터리 산업을 접하면서 전남과 나주의 BYD(꿈)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영산강에 있음을 지금도 확신한다.

얼마전 분산에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베터리산업과 결합한 전남의 재생에너지 자원이 진가를 발휘할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텍사스는 땅덩어리가 워낙 크고(남한 면적의 약 10배) 에너지자원도 많다 보니 태양광과 풍력으로 만든 재생에너지가 늘 남아돈다. 최근 한국에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소비지로 전송하는 송전시스템의 과부하로 발전량을 제한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텍사스 정부가 주목한 것은 남아도는 재생에너지를 저장하여 전력수요가 많을 때 공급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였다. 당시에는 대량의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 즉, 대용량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세 나라 정도에 불과했고 지금도 큰 변화가 없다. 반도체산업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그만큼 배터리 산업도 기술집약적이라서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 중 하나이다.

며칠 동안의 콘퍼런스를 마치고 저녁 무렵 미국 측 제임스 그린버거 회장의 초대를 받아 숙소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샌 안토니오 강변의 식당을 방문하였다. river walk는 강폭 10m 남짓의 강물에 손을 담글 정도로 맞닿아 있다. 강가를 따라 크고 작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카페, 식당, 상가, 정원, 박물관, 극장, 호텔, 산책로, 기념품 가게, 아열대의 이색적인 꽃과 나무, 청둥오리, 다람쥐, 루미니라 조명, 길거리 공연 등이 이방인의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특히, 고수부지를 경계로 강줄기와 거리를 둔 서울의 한강과 달리, 강물을 직접 만질 정도의 거리에 테이블을 배치하고 관광객을 가득 태운 수많은 유람선을 왕래하게 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들은 야기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지하에 저수조를 만들어 홍수가 나면 물을 담아두고, 가물 때는 지하 저장수를 활용하여 강물을 100% 재순환시킨다는 것이었다.

귀국 후 river walk를 벤치마킹한 “샌 안토니오 구상(initative)”을 SNS를 통해 나주 지역사회에 소개하기도 하였지만 당시 누군가의 한반도 운하 구상과 맞물린, 위험하고 환경 파괴적 아이디어라고 맹비난을 받았다. 샌 안토니오 강의 river walk가 청계천의 모델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지만 청계천의 모양새와는 전혀 다르다.

70년대 나주평야와 주변 마을을 휩쓸어 버린 홍수 피해에 대한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대대적인 영산강 정비사업이 이루어지고 상류에 나주호 등 4개의 댐이 만들어진 후 영산강은 포효를 멈추고, 순해지고, 무기력해져 버렸다. 서울에서 영산강 주변 주당들이 만나는 ‘영산강 포럼’이 있기는 하였으나 금기시된 영산강 하구언 개방에 대한 야기조차 꺼내지 못하고 파전에 막걸리나 마시고 동공이 풀린 채 헤어지곤 했다.

우연이라고 생각하지만 샌 안토니오를 다녀오고 나서 1년 후인 2019년 놀라운 소식을 접하였다. 콘퍼런스에서 만났던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의 97세의 굿이너프(John Goodenough) 교수가 노벨화학상을 받았다는 뉴스였다. 상업적 성과에 지극히 인색했던 노벨상 위원회가 TESLA 일론 머스크를 세계 최고의 부자로 만들어 준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의 선구자적 역할을 인정한 것이다. 언젠가 나주에서 영산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구상되고 실행되어 도시재생 노벨상을 받기를 기대해 본다. 지방소멸,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청년 부재 시대의 대안으로 river walk를 포함한 영산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나주판 딜쿠샤(Dilkusha : 희망의 언덕)가 될 것이다. 오늘 BTS 공연 10주년을 맞아 여의도에 100만 인파가 모일 거라고 한다. 어린 시절 영산포는 늘 비린내와 사람들로 붐볐다. 130km 영산강 나주 river walk에 모일 천만 관광객을 미리 상상해 본다.

저작권자 © 나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