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투자유치정책이 전남에 주는 교훈!

  • 입력 2023.08.04 15:01
  • 기자명 정순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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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남 동신대 석좌교수
정순남 동신대 석좌교수

전북 새만금에 이차전지 소재업체들이 6.6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수십년간에 걸친 전라북도의 집념이 드디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투자진흥지구와 첨단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규제혁파, 세제와 예산지원이 예정되어 투자환경이 더욱 개선되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이차전지 새만금 투자사례를 보면, 금년 3월에는 배터리 셀기업인 SK온과 양극재기업 에코프로는 중국 최대 전구체 업체인 거린메이와 함께 합작사(JV)를 세우고 1.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E의 모기업인 LG화학도 지난 4월 중국 화유코발트와 10만톤 규모 양극재 활물질 소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양사 JV는 2028년까지 총 1.2조원을 투자해 연 10만톤 규모 전구체 생산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 대표적 음극재 업체인 대주전자재료는 2026년까지 총 2045억원을 투자해 이차전지 음극재 제조시설을 건립하고 있다. LGE도 274억을 투자해 고성능 전기차용 양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전해액 첨가제 업체인 천보는 총 5125억원을 투자해 중대형 리튬이온 배터리에 사용되는 차세대 전해질 제조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덕산테코피아도 2024년까지 740억원을 투입해 전해질 제조 공장을 건설한다. 최근 새만금 최대규모 투자기업으로 알려진 LS그룹은 2028년까지 1.84조원을 투입해 이차전지 원재료인 전구체와 황산메탈 제조시설을 건립하는 내용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최대 전해액 업체 엔켐과 중앙디앤앤엠 합작법인인 이디엘은 5만톤 규모 리튬염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리튬염은 이차전지 전해액의 원료다. 양사 JV는 2026년까지 총 6005억원을 새만금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차전지는 지구온난화, 탄소중립 등 글로벌 이슈와 맞물려 전기차, 재생에너지 저장장치(ESS), 전동공구, 드론, 전기선박 등으로 수요산업이 확장되어 가면서 년간 약 30%대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대표적 국가첨단전략산업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미래차부품, 바이오의약 등이 첨단전략산업군에 포함되기는 하였으나 이들 산업은 기존 기술의 고도화에 중점이 있는 반면, 이차전지는 향후 10여년간에 걸쳐 꾸준한 성장세를 확실히 보여주는 거의 유일한 산업이다.

매년 약 1억대의 자동차가 만들어지고 9천만대의 새로운 자동차가 소비된다. 이중 신차 판매비중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매년 높아지고 있으나 전세계에 등록된 약 16억대 자동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아직도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최대 전기차 소비국인 유럽, 미국, 중국은 2035년경에는 내연기관차 생산, 판매를 중단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최근 이차전지 열풍이 부는 이유는 이처럼 현재와 미래의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대세를 이루고 있는 리튬 2차전지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이라는 4대 소재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소재들의 전기화학적 작용으로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어 준다.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대체는 휘발류, 경유차 등 수송부문에서 배출하는 탄소 등 온실가스배출을 줄여 거대도심의 대기질 개선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동안의 경험적 사례를 보면 지역발전은 민간기업의 투자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의 선제적 투자가 일부 선행되어 기반시설이 갖춰지기는 하지만, 결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실제 이뤄지지 않는 한 지역발전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조지아, 텍사스, 미시간 등의 불모지가 한국 전기차, 배터리기업과 반도체기업의 투자로 상전벽해가 된 사례가 그렇다. 국내에서도 용인, 화성, 평택, 오창 등의 과거 중소도시가 반도체기업과 배터리기업의 대규모 투자로 세계적 첨단산업 클러스터로 변모하고 있는 것도 대표적 사례다.

용인, 화성의 경우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에 입지하고 있어 높은 토지비용에도 불구하고 인력충원, 주거환경, 생활편리 시설 등이 전남 등 비수도권에 비해 유리한 환경이 작용하였을 것이다. 평택의 경우 풍부한 전력공급, 항만, 고속철도 등 기반시설의 잘 갖춰진 지역이라는 잇점을 가지고 있다.

이와 비교하여 투자여건이 열악한 전북의 새만금 투자유치성공사례는 전남의 투자유치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전남의 상대적 투자유치 부진에는 정치적 리더쉽을 기회로 살리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다.

투자방향과 전략에 있어서도 인구감소, 지역소멸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수조원이 투자되는 고속도로, 연륙교 등 하드웨어 사업보다는 첨단산업을 위한 기반구축이나 재생에너지 활용을 위한 송변전시설 확충에 우위를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치권의 지방살리기에 대한 열정과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전남은 제조업이 전무한 전북과 비교하여 여수, 광양만권에 울산에 이어 세계 최대규모 석유화학단지와 철강업체를 보유하고 있고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 지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이들 산업이 탄소배출량이 많은 산업으로 미래산업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광양만권을 중심으로 이차전지 생태계가 어느정도 갖춰진 이 지역을 이차전지산업 특구기회로 살리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지난 7월 전국에 2차전지, 반도체, 바이오 등 국가첨단전략산업과 소부장특구 지정이 있었는데 유일하게 전남이 제외된 점도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많다. 전남이 가진 자원중 가장 비교우위가 많은 자원이 재생에너지다. 태양광 생산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신안군쪽에 계획하고 있는 8.2GW 풍력발전 단지가 완성되면 전남은 재새에너지를 활용한 RE100 기업투자유치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전의 재정적자와 이자율 상승 등으로 단지조성과 송전투자문제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문화관광중심 서남해안 기업도시는 각종 규제와 정부의 무관심으로 수년째 제대로 된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여수광양만권 수소도시 프로젝트도 수소수요의 불확정, 각종규제, 투자리스크 문제로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행히 나주는 혁신도시 공기업이 입주하면서 인구유입이 늘어나고 에너지국가산단, 영산강 환경개선사업 등에 대규모 국비를 확보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투자유치는 기업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확신을 심어 주어야 하는 대단히 어려운 노력을 필요로 한다.

친기업가 시민정신, 혁신적 규제완화, 유능한 인력양성과 공급, 자치단체 장의 중앙정부와 네트워크 능력도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나주의 리더쉽이 지역내 내부적이고 제한된 이익집단과의 소통으로 나주발전의 기회를 놓쳤던 아픈 경험을 살려야 한다.

대의와 명분을 지키면서도 실용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좋은 기업을 유치하여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새만금의 경험과 사례가 시사하는 바를 영산강 르네상스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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