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혁신도시, 전남의 DILKUSHA를 위한 상상

  • 입력 2023.08.21 13:46
  • 수정 2023.08.23 11:09
  • 기자명 정순남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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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남 동신대 석좌교수
정순남 동신대 석좌교수

얼마전 세번째로 서울 행촌동 언덕에 자리한 엘버트 테이러의 집, DILKUSHA(희망의 언덕)를 방문했다. 그리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DILKUSHA는 미국인의 가족사와 외국인으로서 크고 작은 역할에 대한 감동적인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다. 교통사정이 극히 어려웠던 시절에 미국, 영국, 인도, 한국, 일본을 오가는 여정이 나주의 미래에 대한 잔잔한 상상력을 가져다준다.

운산금광의 광산기술자였던 미국인 엘버트 테일러는 아버지를 따라 1897년 우리나라에 들어와 광산업과 상업에 종사하였다. 1919년에는 AP통신사의 통신원으로 활동하며 고종의 국장과 3.1운동, 제암리 학살사건을 전세계에 알렸다. 1942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강제추방되어 미국으로 떠나 그곳에서 사망했으며 그의 유해는 1948년 양화진 외인선교사 묘지에 묻혔다.

그이 부인 메리 테일러는 영국태생 연극배우로 여러나라 순회공연을 하던 중 일본 요코하마에서 엘버트 테일러를 만나 1917년 인도에서 결혼하여 한국에 입국하였으며 일제에 의해 강제추방될때까지 이곳에서 거주했으며 1942년 캘리포니아에서 생을 마감했다. DILKUSHA는 테일러부부가 떠나고 소유주가 바뀌면서 공동주택으로 사용되다 본래의 모습이 많이 훼손되었고 2006년 아들 브루스 테일러가 다시 찾으며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복원을 거쳐 2021년 시민들에게 공개하게 되었다.

딜큐사 테일러 건물
딜큐사 테일러 건물

유례가 없는 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면서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결실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에서 한때 전라도 땅의 중심지였던 나주도 빛가람동을 제외하고는 인구와 일자리가 줄고 발전이 정체되는 아픔을 겪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혁신도시가 나주로 확정된 이후 17개 대규모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우리에게도 희망과 결실의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전력 본사
한국전력 본사

높은 공실률과 한전 등 일부 공공기관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차츰 발전적 변화가 진행중이다. 지자체의 미래구상, 실천적 노력과 혁신공기업의 잠재적 가치를 근거로 나주의 변화상을 미리 상상해 보고자 한다.

2013년부터 광주전남 나주혁신도시가 완공 되고 17개의 공공기관이 이전해 오면 나주시의 모습은 현재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인구도 4만을 넘어섰다. 우선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새로 유입되어 5만여 명 주거시설과 상가가 입주하면서 지역이 본격적으로 활기를 띌 것이다. 식당, 호텔, 원룸, 아파트 등 음식, 숙박과 주거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부동산과 건축 경기도 되살아날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교육, 의료, 컨설팅, 회계 및 세무 등 고급 서비스에서부터 청소, 택배, 세탁, 유통 등 단순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크고 작은 병원, 학원, 문화 공연장 등이 보완되면서 혁신도시 주민들의 정주여건도 개선될 것이다. 지역상권의 활기와 함께 소비가 촉진되고 고용증가, 주민들의 수입 증가, 나주시의 세수 증가로 선순환이 기대된다. 이러한 소득과 세금을 활용 민간사업자와 지자체가 기반시설에 재투자를하고 다시 생활환경이 개선되면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다시 고용과 소득이 늘어나는 선순환을 거듭해 나갈 것이다.

무엇보다도 1만 여명의 이전기관 고급인력이 이동하면서 나주는 외형적인 모습에서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양질의 아이디어가 창출․확산되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업화가 이루어지면서 크고 작은 기업이 유입․확산되는 소위 혁신적인 클러스터가 형성될 것이다. 한전, 한전 KDN, 한전 KPS, 전력거래소 등 에너지 산업군을 중심으로 최첨단 에너지 절감 및 전송기술, 미래신재생에너지기술, 스마트그리드기술 개발 및 사업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어촌공사, 농식품유통공사, 농촌경제연구원, 농업연수원 등 농생명산업 군에서는 친환경농업기술, 유기농식품가공기술, 유전자생명공학기술 등을 활용한 첨단농업 기술사업화로 농업비중이 높은 나주의 농촌부문 활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 인터넷진흥원, 전파산업진흥원, 콘텐츠진흥원, 우정사업정보센터 등 정보통신 및 콘텐츠 산업 군에서는 나주시의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과 IT 기술을 융복합화하여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콘텐츠산업 클러스터 창출에도 그 역할이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나주지역에 수많은 최첨단 일자리가 창출되어 우리지역의 아들딸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 할 수 있는 인적자원의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외부로부터 우수한 인재가 유입되어 창조도시로 발전해 갈 것이다. 나주시 원도심과 주변 읍면지역도 혁신도시의 생산과 소비의 낙수파급효과가 나타나면서 농축산물, 전통음식, 문화관광 등 다양한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여 주민소득 증대에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혁신도시가 제공하는 다양한 공연, 전시, 교육, 의료 등 고급 문화서비스를 향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인근 광주광역시의 우수한 서비스도 유입이 촉진될 것이다. 이전 공공기관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봉사활동, 친환경 농산물 구매, 지역 중소기업 지원 등 사회적 경영 활동을 통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 줄 것이다.

물론 당면한 문제들도 산적해 있지만 나주 혁신도시가 주는 미래기회를 어떻게 준비하고 활용하느냐는 나주시민 우리들의 몫이며, 이러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 낼 역량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혁신도시가 나주시민의 이상향 DILKUSHA가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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