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

  • 입력 2023.08.27 11:04
  • 기자명 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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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이라는 단어가 한때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적이 있었다. 한복도 중국의 전통 옷이요, 심시어 김치도 중국의 전통음식이라는 억지 주장까지 나오던 시기였다. 쉽게 말하면 한반도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역사왜곡 프로젝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용어가 동북공정이었다.

지금도 인터넷을 검색하면 동북공정이란 중국정부의 핵심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에 설치한 중국변강사지연구센터(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가 동북지역의 3개성(省)과 연합하여 시작한 대규모 프로젝트라고 소개한다.

동북공정은 통일적 다민족국가인 중국의 변강을 안정시키고 민족들을 단결시켜 사회주의 중국의 통일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추진된 학술연구로 국가의 영토와 변경, 주권에 관계되는 정치적 프로젝트라고도 소개한다.

2000년 12월 중국공산당 중앙이 승인하고, 2002년 2월 28일부터 시작되었다. 공개된 과제들의 연구영역을 보면, 중국 강역이론 연구, 중국 동북지방사 연구, 동북민족사 연구, 중조관계사 연구, 중국 동북변강과 러시아 극동지역 정치경제 관계사 연구가 있었다. 특히 전통적인 한국의 역사, 또는 현재 및 미래의 한반도와 관련된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이 때문에 한국사회도 동북공정에 큰 관심을 두었다.

특히 고구려 역사를 놓고 오늘날 한국인의 역사적 형성과정을 부인하는 중국의 연구프로젝트에 한국사회는 강력히 반발했었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처하기 위해 2004년 3월 고구려연구재단을 발족하기까지 했다.

말 그대로 동북공정은 2천년대 초반을 상징하는 현대판 역사침공이기도 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2006년 고구려 역사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가 있었으니 바로 주몽이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주몽은 전 국민적 드라마로 등극했으며, 드라마 촬영지였던 나주는 상징적 메카였다. 고구려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했던 동북공정은 한국 사회에서 주몽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전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고, 이후 고구려 역사를 다루는 드라마가 계속 이어졌다.

주몽의 인기에 힘입어 ‘바람의 나라’ ‘연개소문’ ‘태왕사신기’ 등 고구려 역사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나주는 주몽으로부터 시작해 고구려 역사드라마의 촬영지로 자리매김했고, 이후 나주지역에는 주몽 콜택시가 생겼고, 기존의 나주대학교는 고구려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그만큼 주몽 드라마와 주몽세트장이 차지하고 있는 상징은 나주지역 안팎으로 컸다.

2006년도 80여억원을 들여 만든 주몽세트장의 경제적 가치는 600억원이 넘는다는 평가도 잇따랐다. 지역경제 효과를 말한 것이다. 이후 자치단체장이 바뀔때마다 이름도 달라지고 대접도 달라 부침을 거듭하던 주몽세트장이 올해 17년의 역사를 뒤로한 채 철거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나주시로서는 남도의병역사박물관이 들어선 만큼 이 차시에 철거해야 한다는 논리다. 매년 수억여원의 관리비에 노후화된 건물로 인해 안전사고의 위험마저 있으니 아예 없애자는 주장이다. 반면 이를 반대하는 이들은 조직화 되어 있지 않지만 개별적 목소리를 통해 시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말이 시민적 합의 과정을 거치자는 것이지 그 속내에는 이대로 부수기에는 너무 성급하고 무엇인가 놓치고 있지는 않는지 한번 더 심사숙고하자는 내용이다.

필자 역시 후자에 속한다. 위에 거창하게 동북공정이니, 주몽세트장이 끼쳤던 지역경제나 파급효과를 언급한 것도 결국은 이대로 부수기에는 너무 성급하다는 것이다. 짓기가 어렵지 부수기는 쉽다. 또한 남도의병역사박물관 설립취지를 보았을 때 드라마세트장 철거가 전제조건도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개인적 의견이지만 드라마세트장의 이미지나 역사적 의미가 남도의병역사박물관의 취지와 정면으로 위배된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주몽세트장이 지난 17년간 나주에 끼친 영향이 얼마나인지, 또는 국내에 역사문화적 가치가 얼마나였는지 한번쯤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어보았으면 좋겠다. 아니 무엇보다 제대로 된 시민설명회도 없이, 남도의병역사박물관을 핑계로 주몽세트장 철거를 강행하는 나주시의 행정을 목도하고 싶지는 않다. 나주시는 남도의병역사박물관 관련 시민설명회가 아닌 주몽세트장 철거에 관한 시민설명회를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해달라. 거기에서 출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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