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세트장, 철거보다는 활용을

전 MBC 방송미술국 진병식 국장에게 듣는다
2006년 주몽세트장 미술감독 맡았던 전문가

  • 입력 2023.09.01 09:36
  • 기자명 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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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주시가 의병역사박물관 건립과 연계해 완전 철거를 결정한 영상테마파크(주몽세트장)를 놓고 각계의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006년 당시 주몽세트장 미술감독을 맡았던 전 MBC 방송미술국 진병식 국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전화를 통한 취재개요를 설명하고 이후 내용에 대해서는 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진병식 전 국장은 거두절미하고 나주시의 세트장 철거 결정에 대해 다시 한번의 심사숙고를 요청했다. 특히 주몽세트장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너무나 많은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철거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1982년 MBC에 입사해 MBC 미술센터 방송미술국 국장을 역임한 진병식 국장은 수많은 드라마에서 미술감독을 맡았으며, 대표작으로 tvn 환상거탑, MBC 해를 품은달, MBC 625특집 로드 넘버원, MBC 일일극 아현동마님, MBC 특별기획사극 주몽, MBC 사극 홍국영 등을 비롯해 영화 국제시장 오픈세트디자인, 신기전의 미술팀 등이 있다.

다음은 진병식 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나주 영상테마파크(주몽세트장)만의 장점이 있다면?

□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사극 세트장들은 대부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건립되어 있다. 게다가 대부분 방문객들의 감소로 시설보완이 부실하다. 문경의 ‘왕건’ 오픈세트장만 그나마 재촬영, 방문객 증가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용인의 MBC ‘드라미아’ 내 오픈세트장은 시설이 꾸준히 재보강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나주영상테마파크는 첫째로 조선시대 배경이 아닌 다양한 역사적 배경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최근 사극드라마 제작은 조선시대 이전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는 추세다. 조선시대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조성된 주몽세트장만의 고유한 장점이다. 우리나라 그 어떤 세트장도 조선시대를 벗아난 작품은 촬영이 쉽지 않다. 고구려를 비롯해 삼국시대와 고려시대까지 나주는 촬영이 가능하다.

둘째, 주몽세트장 건립 당시 세트장 재료로 사용된 소재들이 실재 소재로 제작된 재료가 많다. 목재를 비롯해 석재, 기와 등이 대부분 반영구적인 소재들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타 세트장과 달리 내구성이 우수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셋째 무엇보다 세트장 규모가 큰 것이 장점이다. 요즘 제작사들의 추세는 오픈세트에 비용투자를 많이 주저하고 있다. 그만큼 나주만한 사극 세트장이 없고, 예전처럼 자치단체가 투자하는 곳도 없기에 나주의 주몽세트장은 자산으로서 분명히 가치가 높다.

■ 영상테마파크 향후 활용방안에 대한 생각은

□ 요즘 드라마나 영화의 제작실태를 보면 대체로 현대물 외 기타 소재로는 점점 한계에 봉착하고 있어, 앞으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소재들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청자들은 사극에 기반을 둔 작품들도 무난히 선호하는 경향도 있으며, 해외 K드라마를 선호하는 시청자들도 거부감없이 시청되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많은 제작사들은 우리나라 외 주변국가들과 함께하는 역사적 사실에 흥미로워한다는 것도 이미 확인되었다. 당연히 사극에 관한 프로그램이 늘어날 것은 자명한 현실이다. 이러한 추세를 읽지 못하고 되려 관리비가 많이 들어서 또는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서 세트장을 철거한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 될수도 있다. 분명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본다.

■ 나주시에서는 주몽세트장을 철거 한다는데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 주몽세트장에 대해서는 국내 제작사들도 나름 인지하고 있다. 따로 홍보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직 기회가 마련되지 않았거나, 나주시가 연예계를 대상으로 마켓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축면도 있을 것이다.

다시는 나주 주몽세트장 같은 세트장을 건립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에 철거된다면 나주시만의 고유 자산을 포기하는 것이라 생각되며, 넓게는 국가적인 낭비라고도 생각한다. 철거의 사유로 단지 유지보수가 어렵다면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 추가로 개인 의견을 덧붙인다면

□ 나주시가 가지고 있는 유닉크한 자산을 포기하는 것을 반대한다. 국내의 많은 드라마 제작사가 이미 나주의 주몽세트장에 대해 알고 있다. 보전관리에 어려움이 있으면 보전관리, 운영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영입하면 된다.

예를 들어, 드라마세트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게 운영을 일임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의 나주 주몽세트장은 몇가지 보완할 점도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조선시대가 아닌 사극 드라마를 촬영할 수 있는 곳이 주몽세트장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지만, 제작사가 멀리까지 와서 촬영작업을 원만하게 하기 위해서는 숙박시설, 세면장, 식당, 연기자 대기실, 사무실, 다양한 편이시설 등도 필요하다.

그 외 촬영이 없을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도 있다. 방문객들을 위한 편이시설 확대, 지역 교육청과의 협조를 통한 지속적인 교육프로그램 도입, 지역 행사 개발, 계절별로 진행되는 다양한 지역 공연행사, 결혼 등 개인별 행사장소 대여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2006년 당시 드라마 주몽세트장 조성 당시 미술감독을 맡았던 당사자로서 나주시가 세트장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철거한다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면 부디 심사숙고해 주기를 바란다. 나주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제 3자가 바라보는 시각이나 더 객관적일 수 있다고 본다. 부디 현명한 나주시 행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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