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 샴페인·막걸리 외교, 슬기롭게 활용하기

  • 입력 2023.09.15 12:40
  • 수정 2023.09.15 15:46
  • 기자명 정순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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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남 동신대 석좌교수

1851년 나주목사 이정현과 프랑스 상하이 영사 몽티니의 첫 만남을 조명하는 성대한 포럼이 지난 8.21일 나주시청에서 열렸다. 나주시장, 신안군수, 프랑스 대사관 문정관, 수십년 동안 나발호 사건을 연구해 온 파리7대학 엠마누엘 후 교수와 오영교 한불통신 대표 등이 참석하였다.

류한호 교수와 양수경 박사의 포럼기획, 발제자의 심도 있는 발표내용 그리고 나주지역 고등학교 학생들을 비롯한 시민들의 지대한 관심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번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구체적인 기록들과 사실들이 밝혀졌다.

요약하자면, 1851년 고래잡이 선박 나발호의 신안군 비금도 표류가 있었고 탑승했던 20여명의 선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프랑스 상하이 주재 몽티니 영사가 중국 상하이를 출발하여 제주를 거쳐 신안에 도착했다.

조선측에서는 나주목사 이정현 일행이 신안 비금도를 방문, 협상에 임하였다. 선원들의 귀환 문제가 원만이 타결되었고 이정현 목사와 몽티니 영사는 각자가 가져온 삼페인과 막걸리를 마시며 협상타결을 축하하는 술자리를 가졌다.

몽티니 영사는 내심 조선의 적대적 태도를 우려했으나 비금도 주민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고 나주목사도 이국인들을 예우하고 무사 귀환을 도왔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낱낱이 조선 정부와 프랑스 정부에 보고되었다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놀랍게도 당시 음용했던 막걸리 3병이 현재 프랑스 박물관에 보관되었고 1851년 나발호 사건을 재연하는 축하공연이 금년 5월 프랑스 현지에서 열렸다는 것이었다.

주제발표 후 토론자들은 기존에 밝혀진 사실이외에 추가적인 역사적 사실을 찾아 지속적 학술적 연구가 필요하고, 일부 청중은 프랑스의 제국주의적 문화재 탈취를 문제삼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신안군은 비금면에 기념사업 조성 계획도 밝혔다.

7월 새롭게 출범한 지방시대위원회는 9.14일 지방주도 균형발전, 책임있는 지방분권을 위한 5대 전략으로 △자율성 키우는 과감한 지방분권 △인재를 기르는 담대한 교육개혁 △일자리 늘리는 창조적 혁신성장 △ 개성을 살리는 주도적 특화발전 △삶의 질 높이는 맞춤형 생활복지를 각각 제시했다.

지방위가 구상하고 있는 일자리를 늘리는 창조적 혁신성장과 개성을 살리는 주도적 특화발전 전략을 나주사회에 이식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포럼이 학술적 가치조명이나 일회성 포럼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필자는 좀더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이 역사적 사건을 활용는 몇가지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프랑스하면 떠오르는 명품 의류패션 산업을 나주의 천연염색산업과 연계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의 계기로 삼는 것이다. 현재 다시면에 상당한 규모의 천연염색산업화센터가 있으나 공적조직인 나주시에서 운영하는 관계로 산업화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센터를 민간에 매각하고 프랑스의 디자인, 섬유패션과 마켓팅 기술을 접목한다면 나주의 대표적 특산물과 관광산업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변 고구려대학이나 동신대학의 관련학과 학생들의 창업, 기존 명화마을 등 천연염색 장인들과 협업을 통해 원도심 천염염색 공방거리 조성 등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프랑스 전통적 와인기술을 도입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업의 고질적인 저부가가치 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포도, 나주배, 사과 등 풍부한 농산물을 재료로 하여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프랑스 와인기술과 와인문화를 접목한다면 농가소득, 일자리 창출은 물론 와인산업 관광지화는 물론 프랑스풍의 고급 와인문화로 지역의 품격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상에 빛나는 라봉과 같은 나주의 막걸리 제조기술와 유럽의 와인기술을 접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도권과 일부 지방에서 프랑스마을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사업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다.

세 번째로, 향수산업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산업이자 고급문화의 상징이다. 1851년 나주와 프랑스의 역사적 만남을 계기로 향수산업을 전남의 대표적인 꽃축제와 연계하여 산업화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소비하는 대부분의 고급향수는 프랑스 등 유럽에서 수입하고 그 규모도 상상 이상이다. 오죽하면 향수라는 영화까지 만들어 겠는가! 곡성의 장미, 함평 등 여러 시군에서 개최하는 국화, 신안군 천사섬 꽃들, 지리산 야생화 등 천연자원을 활용한 향수산업은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대표적 화장품기업을 앵커기업으로 투자유치하고 프랑스의 향수 제조기술을 도입하여 산학연이 노력한다면 나주에서도 고급문화의 정점에 있는 향수산업을 지역특화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나주 생물산업연구원, 장흥 천연자원연구소, 구례 지리산 야생화연구소, 화순의 의약바이오산업화 센터 등 상당한 향수산업 지원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네 번째로, 프랑스의 다양한 농축산업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다. 나주는 혁신도시가 있기는 하지만 농축산업의 비중이 높다. 고령화 사회에서 농업인구가 급격히 감소하여 외국인 근로자 없이 농사짓는 것 가체가 어렵게 되었다. 벼작물의 경우 대부분 기계화되었으나 축산, 과일, 양파, 마늘, 야채 등 축산과 밭작물의 경우 인력부족과 인건비를 감당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농업기계화, 품종계량, 스마트팜, 농축산 폐기물 자원화, 축산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에너지공급 등 세계적 농업강국 프랑스의 농법을 도입하여 소멸되어가고 있는 나주 면단위 지역과 전남의 소멸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혁신도시의 농생명관련 공기업이 교두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중으로 참여한 학생들의 소망처럼 프랑스와 나주 학생의 인적 교류다. 프랑스는 유럽 문화관광의 중심지이고 선망의 여행지다. 패션명품, 에펠탑, 상제리제 거리, 세느강, 다양한 건축양식은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K-팝의 영향으로 프랑스 젊은이들 또한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한다고 한다.

세계문명의 발상지는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되었다. 동신대학, 고구려대학, 나주의 고등학교 학생들을 현제 진행주인 미국대신 프랑스로 단기 체험연수를 보내고 프랑스의 젊은이들을 나주로 초청하여 172년전 나주목사와 프랑스 영사의 외교적 만남을 이어가는 것이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기록하고 보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프랑스 문화도 우리 나주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당시 조선에서도 나발호 사건을 비변사기록 등으로 남겼으나 이를 밝혀낸 것은 오영교 대표가 프랑스에서 축하공연이 열렸음을 국내에 알린 것이 계기가 되었다.

지난 8.28일 두 사람의 공로를 인정하여 나주시는 엠마누엘 후 교수와 한불통신 오영교 대표에게 나주시 명예 시민증을 수여하였다. 이미 단초는 만들어졌다. 시민사회와 산학연관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나주발전의 계기로 활용하는 실용적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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