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샤넬향수와 나주의 금목서·은목서

  • 입력 2023.10.20 17:00
  • 수정 2023.10.20 17:01
  • 기자명 정순남 석좌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순남 동신대 석좌교수
정순남 동신대 석좌교수

나주에 내려온 이후 혁신도시와 영산강을 따라 크고 작은 마을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따스한 햇살과 맑고 향기로운 바람이 좋다. 빛가람동 호수공원 둘레길을 따라 걸으며 가을 억새갈대가 바람에 흔드리는 것을 본다. 주변 여기저기에 공원에 듬성듬성 가꾸어진 정원 가을 장미와 구절초의 향기도 그윽하다.

좀 더 호수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무렇게나 자란 억새사이로 야생 들국화의 진한 향기를 만난다. 호수공원 남쪽 오솔길 끝에 시기를 놓친 보랏빛 연꽃의 자태는 미소를 자아낸다. 붉은호랑가시나무 빨간 새순도 볼만하다. 자연은 이처럼 이름 모를 꽃들과 나무로 늘 위안을 준다.

지난 주말에는 나주호에서 출발하여 남평 드들강변을 거닐었다. 유난히 선명한 코스모스와 억새갈대가 장관이었다. 영산포 초입에서 강변우측을 따라 함평까지 내려가 보았다. 자전거 대회가 열리는 날이라선지 은륜의 물결이 영산강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영산강의 고수부지에 펼쳐진 물푸레나무와 억새갈대와 이름 모를 꽃들로 장관이다. 이렇게 넓고 아름다운 고수부지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야 처음 알았다. 아름다운 영산강의 가을을 미처 알아보지 못해 강에게 미안하다. 하구언에 막혀 바다로 흘러가지도 못하고, 먼 흑산도 바다에서 가져왔을 소식들을 그리워할 영산강에 작은 위로를 보내본다.

사진에서 본 하구쪽 아우라지의 전모 형상을 보지는 못했지만 거기서 메뚜기, 나비, 잠자리, 지렁이와 뱀들과 가을새 등 이웃들끼리 오가는 야기들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하다. 강둑 너머 양쪽으로 펼쳐진 황금들녁은 형언하기 어려운 감동을 주었다. 다음날 영광 백수해안과 칠산대교 전망탑에서 바라본 다도해는 천상의 아름다움으로 빛나고 있었다.

특히, 요즘같은 청명한 가을 햇살 산책길 곳곳에서 묻어나오는 형언할 수 없는 향기는 치명적이다. 처음에는 이곳을 들고나는 어느 연인들의 향수거니 생각했다.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되었지만 금목서와 은목서가 선물한 향기였다. 윤기나는 상록수 잎과 줄기사이를 가득 메운 금빛 은빛 작은 꽃에서 이처럼 매력적인 향기를 내어 준다는 것이 경이롭기까지 하였다. 수억마리가 사라졌다는 꿀벌들도 금목서와 은목서의 유혹을 피해 갈 수 없나 보다. 그 옆에 작은 키의 새하얀 꽃댕강나무의 은은한 향기도 일품이다.

지난 8월 21일 나주에서 나주목사와 프랑스 상하이 영사의 만남을 기념하는 포럼이 열렸다. 1851년 프랑스 포경선 나르발호가 신안군 비금도에서 표류했는데 나주목사 이정현과 프랑스 상하이 영사 몽티니의 외교적 만남이 있었다고 한다. 표류된 선원들을 따뜻하게 대접하고 이들은 헤어지기 나주 막걸리와 프랑스 와인(샴페인)으로 작은 파티를 열었다는 것이다. 나주에서 열린 포럼에서는 172년전 있었던 한불관계의 역사적 사실관계를 밝히는 문헌연구와 향후 추가적 사실관계를 밝히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와 함께 신안군에서는 이들의 만남을 알리는 기념비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필자는 양국의 비교우위 자원를 활용한 실용적인 사업을 제안하는 내용의 글을 기고한 바 있다. 프랑스의 패션기술을 활용한 나주 천연염색산업의 상품화, 와인기술을 활용한 나주과일 와인 사업화, 프랑스 농축산업(치즈, 에너지팜, 스마트팜 등) 등을 활용한 농축산업 부가가치화 그리고 양국 청소년 교류 등이다.

특히, 프랑스의 대표적인 산업으로 대부분을 수입해서 사용하는 향수 제조기술을 도입하여 나주의 상징적 산업으로 향수산업을 육성해 보자는 것이었다. 향수는 오랫동안 유럽 고급문화의 상징이다. 최근에 한국도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젊은 세대들의 고급향수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샤넬, 에르메스, 불가리 등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것 이외에 더 고급향수로 알려진 겔랑, 프라고나, 아티잔 퍼푸머, 아닉 구딸, 세류즈 루텐스 등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로망이 된 향수들이다. 색다른 향수에 대한 열망으로 약간 잔인한 결말이기는 하지만 향수라는 영화까지 만들어지기도 했다.

지금 나주를 포함한 전라남도 여기저기서 자라고 있는 금목서와 은목서는 샤넬향수의 원료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전라남도 일대에 다양한 꽃을 활용한 축제가 유행이다. 곡성의 장미축제, 순천만국가정원, 장성의 노란색 꽃축제, 신안의 천사섬에 이루어지고 있는 수국, 퍼플, 튜립축제, 함평과 화순 영암 등의 국화축제 등 천연 향기자원이 엄청나다.

지리산권역 야생화 향수제품화를 위해 만들어진 지리산 야생화연구소, 장흥의 천연자원연구원, 한방산업연구원, 화순의 생물의약센터, 나주의 바이오(생물)연구원 등 향수산업화를 가능하게 하는 산업기반 인프라도 적지 않다.

나주와 프랑스 만남을 계기로 금목서와 은목서를 활용하여 나주의 샤넬향수 사업으로 육성하여 봄직도 하다. 영산강 워크웨이(river-walk-way) 카페에서 커피와 금성산 녹차를 마시며 금목서 은목서 샤넬향수에 취하여 나주산 프랑스 와인을 마시기 위해 1천만 관광객이 몰려올지 누가 알겠는가!

저작권자 © 나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