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 “어쩌라고”

현장의 역사성과 동떨어진 생뚱맞은 전시회다 ‘볼멘소리’
나주시, 나주와 지역민들의 예술적 품격 높이는 기회 제공
시민들, 예술적 품격보다 나주시가 시민과의 소통부터 배워야

  • 입력 2023.10.24 15:14
  • 기자명 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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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관 '만남'
금성관 '만남'

나주시가 나주시민들의 예술적 품격을 한 단계 높이고 나주의 대표적인 역사적 현장을 예술작품으로 재해석하고자 마련한 나주시국제설치미술제의 상징적 언어가 “어쩌라고”가 될 것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국제설치미술제를 주최한 측에서는 예술품에 대한 시민들의 낮은 이해도와 부정적 반응에 대해 “어쩌라고”의 반응이고, 이번 전시회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은 시민들도 현장과 역사성에 대해서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작품들에 대해 비아냥조로 “어쩌라고”라는 반응이기 때문이다.

같은 단어를 전혀 반대적 의미로 동시에 사용할 수 있어서 이번 나주시의 국제설치미술제의 상징적 언어는 “어쩌라고”가 된 셈이다.

나주향교 '아이러브유'
나주향교 '아이러브유'

나주시는 지난 20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흐름, 열 개의 탄성’이라는 주제로 조각, 설치, 영상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국내외 작가 15명이 참여하는 설치미술제를 진행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2억5천만원으로 올댓큐레이팅이라는 전시기획사가 용역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장소는 열군데로 옛 나주역사, 옛 화남산업, 나빌레라문화센터, 목사내아, 서성문, 나주향교, 금성관, 나주정미소, 영산포등대, 영산나루로 거점별 설치 미술작품을 전시한다.

문제는 이렇게 전시된 작품들이 시민들로부터 얼마만큼의 공감대를 얻느냐인데 생뚱맞다는 반응들이 많다. 전시된 작품이 전시장소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얼마나 대변하고 있는지, 현장을 어떻게 재해석하고 있는지에 대해 너무 어렵거나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 그것이다.

서성문 '앵무새케이지''사람들'
서성문 '앵무새케이지''사람들'
금성관 '온고지신'
금성관 '온고지신'

금성관과 나주향교의 경우 ‘만남’과 ‘아이러부유’라는 작품인데 옛 건물에 현대적 마네킹 같은 작품이 어색하다는 분위기다. 설명을 대신하는 펌플렛에서는 사람들이 오고가며 빈 공간을 채우는 과정에서 작품 속 의미를 발견한다고 소개하고 ‘아이러브유’는 유교에서 강조해 다루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면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의 중요성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해석과 설명을 시민들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산나루 '축적된 꽃잎'
영산나루 '축적된 꽃잎'
구 화남산업 '책읽어주는소녀'
구 화남산업 '책읽어주는소녀'

또 있다. 이렇게 전시된 작품들은 이미 예전에 타 지역에서 전시된 작품들이다. 일부 변화를 주었지만 전체적 이미지나 상징성은 예전에 다른 지역에서 전시된 작품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영산나루를 비롯해 나주향교, 금성관 앞 작품 등이 대표적이다. 설치장소의 역사성과 상징성 등 장소적 특징에 맞는 작품전시회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서 주최측은 예술작품 순회전시도 있지 않느냐는 답으로 간단하게 정리한다.

유사한 작품을 이전에 타 지역에서 전시한 적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번 전시회 총감독은 미술품은 순회전시회도 하고 있지 않느냐. 같은 작품을 여러곳에서 얼마든지 전시할 수 있다는 답변이다. 이번 전시회는 해당 장소의 역사성과 상징성에 의미를 둔 전시회이기 떄문에 다른 지역에서 전시된 작품을 똑같이 전시한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질문에도 총감독은 “전시된 미술품이 해당 장소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재해석하는 의미도 담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나주정미소 'Intervention invading network-net no.67'
나주정미소 'Intervention invading network-net no.67'
구 화남산업 Drift-비정형'
구 화남산업 Drift-비정형'

전시회 현장에는 특별하게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이들이 없다. 큐레이터 같은 해설사가 있어야 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총감독은 나주시에 문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잘라 말했다. 나주시에서 이번 사업에 큐레이터까지 배치할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는 답변이다.

반면, 시민사회의 반응은 나주시가 추구한 이번 설치전시회의 목적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송월동의 최 모씨는 “나주시가 언제부터 이런 예술적행사를 기획했는지 몰라도 제대로 된 시민사회와의 소통이나 합의과정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명백히 나주시 예산이 투입된다면 신규사업에 대해서는 충분한 합의와 검증과정을 거쳐야 된다고 보는데 그런 절차가 있었는지...있었다면 과연 몇이나 이러한 사업에 동의했는지 이번 사업 도입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빛가람동의 박 모씨도 “나주시가 나주시민들의 예술적 품격을 높이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하는데, 정작 시민들의 품격을 높이기 전에 시민들과 사전에 소통하는 법부터 나주시는 배워야 할 것”이라며 시민사회와의 소통부족에 대한 윤병태 시장의 시정행태에 대해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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