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궁 철거 막판 변수될까

10일, 시민단체 “철거는 절대 안돼” 강력 어필
전남도, 철거에 방점 두었는데 반발 민원에 고심
향후 관리책임에 전남도나 나주시는 “차라리 없는 것이” 의구심

  • 입력 2024.01.11 11:01
  • 수정 2024.01.11 17:38
  • 기자명 박철환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0일, 주몽세트장 현장에서 벌어진 시민단체와 전남도 의병박물관건립 담당자, 그리고 나주시 담당부서간의 팽팽한 의견대립이 2시간 넘게 진행되는 풍경이 연출됐다. 주제는 고구령궁 관련 철거냐, 재활용이냐였다.

전남도 문화자원과에서는 나주지역 일부 시민단체에서 고구려궁 철거에 대한 지속적인 민원 제기와, 이재태 도의원이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고구려궁 재활용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자 10일 직접 현장에서 민원인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일정을 잡고 현장 간담회를 추진했다.

그렇게 추진된 현장 간담회에서는 나주시민 20여명이 참석했고, 나주시 담당부서도 참석해 고구려궁 철거를 놓고 날센 토론을 벌였다.

이날 가장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17년 전에 주몽세트장을 직접 지었던 당사자가 시민단체 연락을 받고 간담회에 직접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주몽세트장을 직접 지었던 김인수 대표는 “전남도와 나주시가 고구려궁 철거의 명분으로 건축물의 안정성을 문제 삼는 것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그 동안 나주시에 두 차례에 걸쳐 제안했다. 고구려궁 재활용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서울에 있는 방송 관계자들도 얼마든지 불러보을 수 있다”는 내용을 나주시에 전달했었다고 밝혔다.

또한, “나주시와 전남도가 고구려궁 철거를 놓고 재활용성 여부, 의병박물관과의 컨셉의 불일치 등의 사유로 철거의 명분을 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건축물의 안정성 문제를 이유로 삼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그 동안 용역 결과로 안전등급에서 D등급이니 C등급을 받았다는데 전문가로서 인정할 수 없다. 절대 대충 지어진 건물이 아니다. 직접 현장에서 기둥과 보로 세워진 빔과 목재를 보면서 설명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해 주목을 받았다,

김인수 대표의 주장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와 안전성 문제로 의견대립이 있었지만 김인수 대표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 참석한 시민들 대부분이 김 대표의 주장에 호응했다. 실제 고구려궁 현장에서도 김 대표의 건축물에 대한 주장이 전남도와 나주시 관계자들의 주장보다 설득력 있게 들렸다.

전남도 관계자는 이번 현장 간담회에 대해 사실상 철거를 전제로 그동안 진행되어 온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전남도 관계자는 “의병역사박물관 계획 초기에는 고구려궁이라도 존치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이후 용역 등을 거친 다양한 검토 결과 철거쪽으로 진행되어 왔다. 안전성 문제도 제기되고, 역사공원에 맞춰 리모델링 하려면 비용이 만만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었다. 특히 2018년도에는 안전등급이 D등급이 나왔었다. 전문가들도 현장 건물이 누수, 균열 등을 심각하게 제기했다. 오늘 이 자리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시민단체에서는 행정 절차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정작 전남도가 공문을 통해 나주시에 고구려궁 존치 활용계획안을 제출해달라 했다는데 나주시가 그러한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전남도와 나주시는 철거를 전제로 한 명분 만들기에만 열중하고 있지 재활용 자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정작 고구려궁 존치를 놓고 제대로 된 시민사회와의 소통이 있었는지 스스로 되물어보라며 나주시 행정을 질타했다.

또 다른 시민은 “행정에서는 50억 100억을 우습게 아는 것 같다. 고구려궁의 현실적인 가치를 따져봤나? 무조건 흉물스럽게 보지만 말고 유지보수의 노력이 얼마나 있었나? 다 무너져가는 전통시장을 왜 많은 돈을 들여서 살리려고 애쓰나, 그냥 흉물스러우면 부숴버리지... 세트장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제대로 관리도 안해놓고 이제와서 문제점이 많아 철거한다고 하면 어느 시민이 동의하겠나. 행정이 반성부터 해야한다”고 나주시 행정을 꼬집었다.

또 다른 시민도 행정의 방치에 비판을 쏟아냈다. 한 시민은 “세트장 철거를 놓고 이런 간담회가 진즉 있어야 했다. 게다가 전문가들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남한에 고구려궁만한 건축물이 없다. 건물 자체가 경쟁력 있는 상품이라는 의미다. 왜 없애려고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관리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철거를 서둘렀다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재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러한 시민들의 주장에 대해 나주시 관계자는 “최근 인사이동으로 미처 업무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나주시에 충분히 전달하고 좋은 방안이 있는지 더 많은 이야기를 듣겠다”고 말했다.

실제 세트장 현장에서 건축물의 안전성에 대해 책임질 수 있다고 강변한 김인수 대표는 “고구려궁은 남한에서 유일하게 삼국시대 이전의 건축물이다. 그 어디에도 없는 건물이다. 게다가 고구려궁 지하는 H빔으로 떠 받치고 있어서 구조적으로도 안전하다. 지금 당장 이러한 건물을 지으려고 해도 최소 100억 넘게 들어갈거다. 왜 무조건 철거하려고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보수비용도 전남도나 나주시가 주장하는 수백억이 든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철거를 전제로 철거 명분만 만들려고 하니 부정적인 말만 나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장설명까지 들었던 한 시민은 “결국 전남도나 나주시 입장에서는 향후 관리책임을 두고 서로 책임지지 않으려는 상황에서 철거로 입장이 모아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고구려궁을 존치하려면 누군가는 재활용 방안이나 유지관리 책임을 져야 하는데, 결국 전남도나 나주시에서는 서로 미루고 있어서 이 차시에 없애버리는 것이 더 좋겠다는 지극히 행정편의적 발상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의아심을 나타냈다.

한편, 철거를 전제로 한 마지막 구색 맞추기식의 현장간담회 뉘앙스를 풍겼던 이번 세트장 설명회에서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전남도와 나주시가 향후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나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