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세트장 철거 불가피 근거 공개

2022년도 안전진단전문기관 용역 근거 제시
시민단체, 철거를 전제로 한 용역 “믿을 수 없다”
건축물 안전에 이상 없으면 뒷감당은 누가?

  • 입력 2024.02.02 10:18
  • 기자명 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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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세트장 철거를 놓고 막판까지 진통이 계속되고 있어 주목된다. 일부 시민단체의 존치 및 재활용 주장에 대해 전남도나 나주시가 주춤주춤하면서 세트장 철거 논란을 더 키웠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구려궁살리기 시민대책위는 지난 27일 3차 회의를 갖고 전남도와 나주시를 상대로 고구려궁 안전진단에 대한 투명한 검토와 안전에 이상이 없다면 철거반대 및 재활용 방안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참가단체도 8개 단체로 확대됐다.

이에 나주시는 지난 30일 SNS를 통해 세트장 철거가 불가피한 사항이라는 근거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나주시가 공개한 입장문에는 “2022년 영상테마파크 주요 시설물에 대한 정밀 안전점검 용역을 실시한 바 있는데, 점검 결과 고구려궁은 콘크리트 품질 성능 저하에 따른 구조적 안전성 미확보, 탄산화속도 빠른 진행뿐만 아니라 내진성능 미확보, 신축 건축물의 내구성 설계 한계, 신축 설계의 창의적 디자인 제약 등을 고려해 철거가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사실상 철거가 불가피한 사항이라는 것이다.

반면 시민단체는 나주시의 철거 근거가 되고 있는 안전등급 진단을 믿지 못하겠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철거를 전제로 한 용역임을 감안할 때 용역사가 발주처의 입장을 반영하는 결과를 내놓는 관행일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러한 시민단체의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준 계기는 직접 세트장을 시공한 김인수 대표가 철거 논란의 중심에 합류하면서부터다. 지난 10일 주몽세트장 현장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김 대표가 건물안전에 법적인 기준이나 상태로 봤을 때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주몽세트장의 용도가 더 이상 필요가 없거나 사용가치가 없어서 철거한다면 행정행위니까 인정하고 존중한다. 하지만 건물이 위험해서 철거한다는 행정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 근거논리다. 꾸준히 보수하면 멀쩡할 건물을 내내 방치하다가 이제와서 위험하니 철거한다고 하고, 게다가 구조적으로 안전하지 않아서 철거한다는 믿을 수 잆는 진단결과를 들이밀며 철거한다는데 정작 시공한 당사자로서 철거 근거를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고구려궁살리기시민대책위는 전남도나 나주시가 존치나 재활용보다는 골칫거리를 하루라도 빨리 없애버리겠다는 것이 좋다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주장이다. 또한 재활용을 통한 관광명소 또는 지역명소로의 개발보다는 무조건 철거에만 메달리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세트장 철거반대 분위기가 공론화되는 듯하자 나주시가 부랴부랴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뉘앙스의 입장문을 내놓았다.

나주시는 입장문을 통해 “전라남도는 박물관 국제설계공모를 한 달 앞둔 2022년 3월 박물관 건립부지 내 기존 시설물의 상태를 파악하고 국제설계공모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지정 안전진단전문기관에 영상테마파크 주요 시설물에 대한 정밀 안전점검 용역을 실시한 바 있었는데 점검 결과 고구려궁은 ‘콘크리트 품질 성능 저하에 따른 구조적 안전성 미확보’, ‘탄산화속도 빠른 진행’뿐만 아니라 ‘내진성능 미확보’, ‘신축 건축물의 내구성 설계 한계’, ‘신축 설계의 창의적 디자인 제약’ 등을 고려해 철거가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철근콘크리트 설계 기준강도는 21MPa 이상이나, 고구려궁은 18.6MPa(89%) 수준으로 낮았고, 콘크리트 탄산화(기능저하) 시험 결과 정상 대비 0.88~2.32배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를 참고해 2022년 4월 박물관 국제설계공모가 진행됐으며 같은 해 6월 당선작이 최종 선정되어 실시설계 및 각종 인허가 완료 등 2025년 하반기 박물관 개관을 목표로 사업 추진중에 있다며, 타당성 용역 결과는 오는 2월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나주시는 결과를 토대로 전라남도와 협의를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고구려궁 철거 여부 등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나주시의 입장에 대해 시민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건축물의 안전진단 결과가 만에 하나 위험하지 않는 온전한 건물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그동안 위험해서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나주시나 전남도는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그것이 궁금하다”고 뒷맛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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