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섭의 농업지킴이

김요섭의 농업지킴이

  • 입력 2006.01.26 14:41
  • 기자명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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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수입 재개

그리고 한·미 FTA





지난해 12월 14일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재개를 위한 협상을 시작한 지 불과 한달만인 1월 13일, 한·미 양측은 30개월령 미만의 뼈를 제거한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오기로 전격 합의했다.

일본의 경우 1년 이상 수입조건 협상을 하면서 수입가능 물량을 최소화했던 점을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쌀개방 국회비준의 잉크가 채 마르기 전에 전격적으로 내려진 이번 결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정부의 사대외교의 극치가 아닐 수 없고, 우리 농업의 전반적인 붕괴를 촉진하게 될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시급히 추진하기 위한 사전작업임을 우리 농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또한, 쌀 재협상 시“쌀 이외 품목에 대한 협상은 전혀 없다”고 장담했던 농림부가 9개국과의 방대하고 치밀한 이면합의를 벌여내고, 특히 쌀 협상 이면합의의 대가로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 것이라는 농민들의 주장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번 결정에 미국 육우업계는 희소식이라며 반겼고, 반면에 한국의 축산농가들은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한·미 FTA를 위한 희생양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으니, 한국 정부가 미국의 축산업계를 살리기 위해 자국의 축산농민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비극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을 시작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 FTA는 2월중 협상개시를 선언하고 5월경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할 전망이다.

2005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쌀 개방 국회비준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쌀 개방 반대를 외치며 전투경찰의 폭력진압에 쓰러져 끝내 먼저가신 고 전용철, 홍덕표 농민열사들의 눈물이 채 가시기도 전에 2006년 새해 벽두부터 들려오는 한·미 FTA 추진 소식에 우리 농민들은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개방농정에 치가 떨릴 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미 FTA로 인한 농업 부문의 피해는 최소 2조원에서 많게는 8조 8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2003년 한·칠레 FTA보다는 5배 이상, 한·아세안 FTA보다는 16배 이상의 피해규모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보니 한·미 FTA로 한국 농업이 받게될 충격은 핵폭탄급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농협이 지난 2002∼2004년을 기준으로 미국과의 농산물 가격을 비교한 결과, 쌀은 미국산이 국내산의 22.5%에 불과했고 콩은 8.8%, 참깨는 8.8%, 냉동 쇠고기는 27.9%, 옥수수는 33.7%, 건고추는 29.8%, 토마토는 56.2% 등에 그치고 있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곧 한국 농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농업의 붕괴는 물론이고 4천7백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한·미 FTA를 추진하는 정부는 또다시 쌀개방때와 마찬가지로 피해 당사자인 농민들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채 막무가내식으로 강행하려 하고 있다.

농민의견 묵살-사회적 합의 거절-농민 음독 자살-강경 살인폭력진압으로 이어졌던 지난해 정부의 개방농정이 2006년 한·미 FTA 추진에서도 바뀌지 않는다면 올해에는 또 얼마나 큰 사회적 희생과 많은 농민들의 죽음이 뒤따라야 하는지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눈가리고 아웅하기 식으로 포장된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결정을 철회하고, 2005년 쌀 개방 강행추진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반성하면서 한국 농업의 근본을 뒤흔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신자유주의 개방정책을 끊임없이 강요하면서 우리 농민들과 국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평택 농민들의 땅과 집을 강제적으로 철거시키고 전쟁준비를 위한 평택미군기지 확장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저 오만한 미국의 횡포도 즉각 중지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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