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성 무시된 게리멘더링 안 된다

지역성 무시된 게리멘더링 안 된다

  • 입력 2004.02.16 14:41
  • 기자명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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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 인구 하한선이 10만5천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가운데 그 대상지로 거론되고 있는 나주시와 고흥군의 여론이 심상찮다.



특히 인구하한선이 10만 5천으로 최종 결정이 될 경우 대략 10만 3천에 육박했던 나주시로서는 허탈감과 자괴감까지 들 정도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인구 하한선 턱걸이에 실패해 독립선거구마저 잃은 나주시로서는 통합지역으로 심심찮게 거론되는 지역이 화순이라는 것에 대해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아무리 모로 돌아가는 정치판이라지만 지역의 역사성이나 지역성, 오래 전부터 축적되어온 역사적 문화권 등이 전혀 다른 지역과 지역을 단순히 인구수를 기준으로 나눴다 붙였다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예부터 행정구역을 구분할 때 가장 기준을 삼았던 것이 바로 그 지역의 특수한 역사성이요, 생활문화였다.



영산강이라는 거대한 강줄기를 기준으로 영산강문화권이 형성되어 나주와 함평, 영암 등이 형성됐으며 그 이전에는 마한의 중심지로 우뚝 섰던 곳이 나주였다.



또한 현재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영산강고대문화권 개발계획에 있어서도 나주와 영암, 함평지역은 영산강고대문화 활성지로 구분됐지만 화순은 별도의 문화권으로 지정돼 행정구역상뿐만 아니라 정서적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렇듯 상이한 지역을 단순 인구수를 기준으로 한 통합선거구로 획정한다면 이 나라의 정치수준을 누가 인정해주겠는가?



화순 주민들 역시 나주와의 통구에 대해 적극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나주는 화순과 도로 연결도 되지 않는 등 생활권이 전혀 다른 생면부지의 인접 시로 오히려 영암이나 함평과 가깝다며 전남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주와 화순을 같은 선거구로 묶는다면 나중에 또다시 분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지역성을 전혀 고려치 않고 지역민들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은 현 정치권에 대한 몰염치를 양 지역 주민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생활권이나 문화권이 전혀 다른 이질적인 양 지역을 통구해 선거시에 발생되는 소지역주의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려고 하는 것인가?



동질적인 요소가 많은 지역을 통구한다면 개발에 있어서나 지역발전에 있어서 훨씬 지역통합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불을 보듯이 뻔한데 누가 이러한 획정을 아무런 고민 없이 단순 인구수를 기준으로 재단할 수 있는가 말이다.



사전 주민의견 수렴 없이 국회에서 논의해놓고 선거를 불과 2달 남겨놓고 선거구를 획정한다는 것은 정치권의 입맛에 맞게 사람을 빌려주고 빌리는 게리멘더링의 전형이다.



그래서 화순주민들도 오히려 화순과 장흥은 생활권이 같고 교통이 잘 연결됨은 물론 혼인, 상거래 등 교류가 많아 주민간 동질의식이 형성돼 있어 양 지역간의 통합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라도 지역정서를 전혀 무시한 선거구 획정으로 이 곳 전남에서 제2의 부안사태를 유발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주민들의 경고를 무시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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