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훈의 굴욕? NO!

▶ 기자 수첩 - 박철환 취재부장

  • 입력 2007.04.21 15:01
  • 기자명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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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들이 우리를 필요로 한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이 길을 갈 것이다. 평생 농사밖에 모르고 산 농민들이다. 잘못된 농업정책으로 빚도 지고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농약병을 들이킨 농민들도 부지기수다. 자식 대학 보낼 돈이 없어 행여라도 자신의 자식이 공부를 잘할까 걱정하는 농민들도 있다. 수십년 동안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부당하게 물세를 내왔다. 그런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자는 것이 수세거부운동이다. 평생 땅만 믿고 살아온 농사형제들이 필요로 한다면 더 험한 길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1989년 신정훈 시장이 법정에서 최후 진술한 내용의 일부분이다.

당시에도 수백명의 농민들이 법정을 가득 메워 부당한 공권력에 당당히 맞섰던 신정훈씨의 최후 진술을 들었고, 대부분의 농민들도 눈시울을 적셨었다.

또한 그 어떤 농민도 그런 신정훈이 범법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신정훈 시장이 또 다시 법정에 섰다. 바로 엊그제인 18일의 일이다. 학생운동시절과 농민운동 시절 두 차례에 걸쳐 옥살이를 경험한 본인으로서는 실로 오랜만에 선 법정이라 감회가 오죽했겠느냐만 이를 지켜보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착잡하기만 하다.

신정훈 시장이 이번에 법정에 선 이유는 주몽 세트장 조성과정에서 빚어진 실정법 위반이 주 사유다. 개인비리나 특혜비리가 아닌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이뤄진 지극히 공적인 영역에서 빚어진 일이다. 당초 세트장 유치를 추진하면서 신정훈 시장이 내 걸었던 가치,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전례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 가치를 추구하다 빚어진 일이다.

그러다보니 시골 오지나 다름없던 공산면 신곡리 일대는 이제 주말이면 차량이 혼잡할 정도로 명소로 떠오르고 있고, 일년에 단 한명도 찾지 않던 곳에 사람흔적이 남고 사람 냄새가 베고 있다.

전국 200여개가 넘는 자치단체 가운데 하나인 나주시가 주몽 세트장으로 인해 전국민 40%의 머리 속에 각인됐다. 지난해에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주관한 혁신박람회에 주몽세트장은 마을만들기 성공사례로 선정됐고, 최근에는 한국일보가 주최한 대한민국 레저대상에 주몽세트장이 대상을 받기도 했다. 세트장 유치로 지역에 희망을 만들고 싶었다는 신정훈 시장의 당초 욕심은 일정정도 성과를 냈고, 이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나주시의 과제로 떨어진 상황이다.

며칠 전 전북, 전남, 제주지역 기자단 40여명과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전국 세트장을 견학한 적이 있었다. 주몽세트장도 들렀고, 남이섬도 들렀고, 대조영세트장, 연개소문세트장도 견학했다.

보면서 느꼈던 점은 주몽세트장에 대한 위기의식이었다. 각 자치단체마다 세트장 조성을 통해 지역관광문화를 창출하려는 시도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대조영세트장의 경우는 한화라는 기업까지 가세해 대규모 레저시설로 개발되고 있으며, 겨울연가로 최대관광지가 된 남이섬도 어떻게 관광객을 더 불러들일 것인지를 놓고 섬 전체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연개소문 세트장도 드라마 촬영보다 향후 관광레져 공간으로 개발한다는 목표로 문경시가 사활을 걸고 있다. 이렇게 각 자치단체가 세트장 조성을 놓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나주시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됐다는 말이다.

타 지역이 세트장 개발방향에 대해 사활을 걸고 있는 지금 나주시는 되려 수장이 법정에 서서 조성과정에서 빚어진 실정법 위반에 대한 변호를 하느라 바쁘다. 잇따른 고소고발에 차라리 편하게 시장질이나 하다가 말지...라는 생각이 들까 두렵기까지 하다. 나주에 날아든 삼족오가 비상하느냐 추락하느냐 하는 길목에서 말이다.

그렇다고 신정훈 시장의 실정법 위반이 결코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18년전 힘없고 가난했던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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